익명의 작가가 사본 200부를 제작해 배포했으나 곧바로 절반가량 회수했다는 수수께끼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을 둘러싼 윤무가 펼쳐진다. (책 소개문에서)
자주 다니는 미용실은 일본 사람이 운영한다는 곳으로, 잡지가 읽을 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용실과는 다르게 히가시노 게이고나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카오리 등의 양장본이 가지런히 꼽혀 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은' 도 그 책들 속에 있었다. 신비한 분위기의 제목에 이끌려 얼마쯤 읽어 보았던 기억이 난다. (다 읽지는 못했다, 머리 하느라;) 하지만 그 뒤로도 다시 찾아볼 마음은 들지 않았었는데, 그건 아마도 초반에 등장하는 네 사람의 담론이 거북해서였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번에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까, 그 때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이야기 자체의 구성은 멋지다. 나 역시도 열광하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들어맞았다는 쾌감' 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쏟아내는 말, 의식들... 그 배후에서 느껴지는 어떤 커다란 의지, 그 존재와 파장이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아니, 공감하기에 경험하는 반동, 그것에 가까운 불편함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또는 지나치게 완벽한 픽션에 대한 불편함일지도 모르겠다. 평소의 기호와 매우 모순되지만.
어딘가 끌리면서도 반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작가들은 참 난감해요. 그것도 작품을 얼마 읽어 보지 않았을 경우에는 더욱요. 그런 기분이지만, 계속되는 삼월의 세계는 더 보고 싶네요. 다른 책들도 기대해 봅니다.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
그 미용실에 꼽혀 있는 책을 보면 주인의 취향이 보이는 듯 해서 재미있어요. 후후.
Commented by 하율 at 2006/05/30 06:03
전 바깥의 4개의 이야기와 안의 4개의 이야기,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4개의 이야기와, 마지막에 그걸 털어놓는 구성도요. 내용이라든가 표현의 어딘가에서 저도 거리감을 느끼긴 했지만, 아마 (번역자의 덕도 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 감성적이지만은 않은 문체나 4개의 이야기의 형태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소설로 기억하고 있습니다:D
소설이 있는 미용실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책장에 있는 책을 보고 취향을 짐작할 수 있는 점 같은건 뭔가 로망이네요 ^^
저도 구성 부분은 참 좋았어요. 뭔가, 테트리스 게임에서 블럭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듯한 구성이었다고나 할까. 마지막 4장은 제목대로 작가의 노트를 훔쳐보는 느낌이라 그것도 신선했구요. 전체적으로 왠지 하율님이 좋아하실만한 작품인 것 같았어요 :)
모르던 작가의 작품도 접할 수 있고, 좋아하는 작품이 보이면 왠지 모르게 기뻐서 미용실 가는 게 기대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