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 속에는 얼마만큼의 보물이 잠들어 있을까.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한 순간을 선명하게 그려낸 걸작단편집. (책 소개문에서)
지난 겨울부터 붙들고 있었던 책. 바나나씨 책 답게 술술 읽히기는 했는데, 어쩐지 마지막 이야기에서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좋은 이야기였는데.
데드엔드의 추억, 이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놓인 상황은 좋지만은 않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게 되기도 하고, 회사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독을 넣은 사원 식당의 카레를 먹고 입원하기도 하고, 어릴 적 사고로 죽은 소꿉친구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5년간 연인이 있는 사람을 짝사랑하기도 하고, 믿었던 약혼자로부터 배신당하기도 한다. 그런 인생의 불행한 순간에 직면했을 때, 주인공들이 생각하는 것들. 세계와의 대화. 그런 소중한 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그 순간 나는 최고의 행복 속에 있었다는 걸. 그 날의, 그 시간을 상자에 넣어서, 평생의 보물로 삼을 정도로. 그 때의 설정과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이, 무자비할 정도로 관계없이, 행복이라는 것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어떤 상황에 있든지, 누구에게든지.
단지, 예측할 수 없을 뿐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 낼 수 없을 뿐이다. 다음 순간에 올지도 모르고, 주욱 기다리고 있어도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마치 파도와 날씨와도 같이,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기적은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언제라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것만을 알지 못했다.
주인공들의 태평함과 낙천적인 성격에 질리기도 했고, 나 자신은 그런 것들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만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살아가면서 예고없이 찾아드는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불행에 취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자신과 세계를 한 번 돌아보는 마음은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나나씨 작품 특유의, 일상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몽환적인 신비한 느낌에 위로받기도 했었고. 어릴 적 신기해하면서 가만히 들여다 보았던, 예쁜 만화경 같은 느낌이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