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97년 실제로 일어난 동경전력여사원 매춘부 살해사건을 모티프로 써내려간, 여성에 의한 여성의 그로테스크한 이야기. 유리코는 괴물이라고 표현될 정도의 타고난 미모의 소유자로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남자와 관계하며 살아간다. 유리코의 언니인 '나'는 어릴 적부터 동생 유리코와 비교당하며, 악의를 자신의 무기로 삼아 타인과 단절된 가운데 살아간다. '나'의 고등학교 동창인 카즈에는 노력하면 무엇이든 안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자신이 바라는 보답을 받지 못하자 낮에는 엘리트 회사원, 밤에는 매춘부의 두 얼굴을 가지게 된다. 이야기는 유리코와 카즈에, 두 여성이 매춘을 하다 살해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나' 라는 화자의 서술을 기본으로, 때로는 유리코의 수기를 통해서, 때로는 살인자의 진술서를 통해서, 그리고 카즈에의 매춘 일기를 통해서 수년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등장인물 각자가 바라보는 서로의 모습은 모두 변형되고 일그러져 있어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것마저도.
책을 읽고 나서 얼마간은 무척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 여자와 여자. 개인과 사회.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것들을 줄곧 생각했다. 비정상적인 욕망과 악의, 일그러지고 추한 감정들의 소용돌이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느낌이었다. 끝부분의 역자 후기에서, 이런 비정상적인 이야기를 통한 치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라는 문장을 보았다.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 말에 동의하고도 싶은 기분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나에게 있어 결국 그녀들의 이야기는 잊고 있었지만 분명히 거기에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차가운 벽을 재확인시켜 주었을 뿐이었다. 걸려 있는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깊숙히 숨어 있다던 죽음에 이르는 병, 키에르케고르의 그런 말이 생각났다.
'나' 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